한의학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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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생명의 주기성
지구의 자전은 하루주기를 만들고 지구공전은 일년주기를 만듭니다. 땅을 생명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만들어내는 주기적인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개의 생명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낳아서 사멸할 때까지 주기적인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단세포의 작은 생명체에서 고래나 삼나무처럼 거대한 생명체에 이르기까지 개체생명의 일생은 우주가 주기적인 변화를 반복하는 것처럼 일정한 생명의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주기는 온도와 습도 그리고 기압의 변화인 풍한서습조화와 깊이 연관되어있습니다. 풍한서습조화인 육기의 변화와 생명현상의 변화는 뚜렷한 규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이 오면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라고 가을이면 잎이 떨어지고 겨울이면 모든 생명들이 숨죽이고 새봄을 기다립니다. 이런 개체생명의 주기현상을 한의학은 ‘생장화수장’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온도와 습도와 기압의 변화가 드러내는 현상을 풍한서습조화라 하면, 개체생명이 풍한서습조화에 적응하며 드러내는 생명현상을 생장화수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명현상은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이 보여주는 주기성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천지인물기후상응설은 생명현상의 근본적인 토대와 천동설에서 관찰된 우주현상에서 주기성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생명현상은 커다란 우주와 맞물려 돌아가는 작은 우주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영위는 밤낮에 맞추어진 인체의 주기적인 현상이라 해석했습니다. 생장화수장은 풍한서습조화, 봄여름가을겨울, 목화토금수와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생명현상의 순환론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학입문은 천지인물기후상응설 다음으로 경락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경락은 천동설에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기가 인체내부에서 활동하는 통로라 할 수 있습니다. 경락이론이 인체에 자리 잡게 된 동기는 먼저 생명현상을 지지하는 기본원리, 즉 생명의 정의에 대한 한의학적인 개념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한의학적인 생명관 또는 동북아시아의 한자문화권이 가지고 있는 생명관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동의보감의 목차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10 - 신형, 인체에 대한 사유
동의보감의 목차는 신형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천지인물기후상응설은 사람이 관찰할 수 있는, 다시 말하면 보이는 것에 대한 기록이고 해석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의 적응과 반응은 오랜 시간동안의 관찰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반응을 이끌어내는 인체의 기능에 대한 관찰은 해부학적인 한계에 의해 미루어 짐작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과거의학의 해부학은 육안해부학, 즉 보이는 것에 대한 거시적인 해부구조만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와 대응하는 정교한 인체의 기능을 설명하는 도구로써 육안해부학은 너무 단순했습니다. 육안해부학의 내면을 이루고 있는 미세구조와 미세구조에 따르는 정교한 분자단위의 기능들은 질병현상을 통해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동의보감 목차에서의 신형은 육안해부학적인 수준에서도 의학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체의 기능과 구조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아무리 관찰한다 해도 인체의 기능과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질병을 치료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동의보감 편찬자는 의학입문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체의 반응과 적응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눈을 돌렸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신형편은 해부학적인 구조와 생리학적인 기능에 대한 설명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쓰인 처방과 본초를 통해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 신형은 구조가 없는 생명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고, 질병도 몸이 있고난 다음에 논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신형편에서는 주로 몸을 보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처방과 본초가 주를 이룹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에 구황식물은 질병을 치료하는 약보다 더 중요했을 것입니다.
구조가 없는 생명을 생각할 수 없다면 신형은 생명체가 가져야할 가장기본적인 속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첫번째로 신형, 즉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대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생물학에서 생명은 조직화, 대사, 번식, 적응, 반응, 항상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명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신형은 현대생물학의 생명정의에서 조직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형편의 처방과 본초는 생명체를 이끄는 기본적인 물질인 3대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를 중심으로 하는 물질의 공급이 주를 이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잘 먹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지름길이라는 말이지요. 위생과 식이는 질병이전에 다루어져야 할 기본사항임을 동의보감 편찬자는 관찰을 통해서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